2009년 6월 7일 일요일

생/황지우

구름을 뜯어 먹는
구름 염소,
느릿느릿
淸溪山으로 들어가네

가문비 나뭇잎 소란스러워지니
몸이 곧 彩色을 감추려나
아주 옛날에 얻어맞은 자리가
또한 욱신욱신하네

괴로웠던 일은
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괴로워지는 몸이건만
글쎄, 잠시 물이 담긴
形體일 뿐인 肉體
구름 염소가
淸溪寺 極樂殿 뒤편으로 걸어간 뒤
비 그친 山門 앞
초록 이끼 위에
염소똥 몇 점 黑點을 찍어 놓았으나

슬플 것도 없네
피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
着想을 바꾸면 되는 것
저 蒼天에 언제
염소가 살았던가

--1990. 겨울호 통권9호 계간 <<현대시세계>>/청하PP.159-160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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